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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이미지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33호입력 : 2020년 04월 02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목련이 활짝 핀, 월요일 아침 11시.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아들 녀석은 핸드폰에다 대고 고함을 지른다. 뭔가 억울했던지 나름 설명을 하는데 앞뒤 말이 전혀 안 된다. 당연히 잘 이해가 안 된 상대방도 같은 걸 묻고 또 물어보는 모양이다. 곁에 있던 엄마·아빠가 과장된 얼굴로 막아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해는 중천이고, 자다가 엉겁결에 건네받은 스마트폰에다 녀석은 잠꼬대를 해버린 거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진 아들은, 담임 선생님과의 첫 대면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버렸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누구 하고 이름을 대면 딱!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말이다. 수화기 너머 아들 목소리는 변성기를 완전히 지나진 않았지만 제법 저음으로 들린다. 초등학생 특유의 고음보다는 안정감이 있다고 할까, 더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리라. 자고 있는 아들 대신 전화를 받을 만도 한데, 전화를 당사자에게 넘긴 걸로 봐서 부모는 어느 정도 독립적인 성격들이 아닐까 하는 여지도 줄 만하다. 지각(知覺)은 이처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 지각 전체를 체계화하는 것이 바로 ‘이미지’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인식에 형성된 상(像), 즉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이미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재미난 실험도 있다. 여러 여성들 중 제일 이쁘고 늘씬한 모델 급 여성을 거짓말쟁이라고 지목하자, 대부분의 피실험자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성토하더란다. 물론 남성 피실험자 수는 압도적이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이기라도 한 듯 그들의 주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더란다. 우리는 객관적 근거보다 주관적인 이미지나 느낌에 훨씬 의존하는 버릇이 있다.

그 최악의 모델이랄까, 국가 지도자나 일꾼을 뽑는 현실 선거에서도 우리는 감(感)이나 삘(feel)에 상당히 의존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좋은 이미지를 심느라 동분서주할 입후보자들이 죄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이미지 제고(提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전에 빠지지 않는, 가령 재래시장에서 어묵을 우물대거나 아기를 안아 들고는 어느 유치원엘 보내는지 맞벌이 부부의 고민을 물어보지도 못한다. 여야 모두 이미지 메이킹에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그다지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미지를 구축한 기성 정치인은 몰라도 이제 막 국민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정치 초년생들은 문제가 크다.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보통 인지적·감성적·행위적 요소가 요구된다. 인지적 요소라면 정보를 통한 지식과 이해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 그 사람 어느 대담 프로에서 본 거 같아”하는 식이다. 감성적 요소는 대상에 대한 주관적이고 가치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근데 왠지 좀 가벼운 사람 같아, 말실수도 잦고 말이야”하는 식으로. 마지막으로 행위적 요소는 대상이 행한 행동에서 수반되는 이미지 제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들을 때 수긍하는 부분이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그건 좀 신선하더라”하는 식이다.

다행히 입후보자 이미지는 감성이나 행동 변수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이미지 상 누가 더 좋은 위치를 점하느냐는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선거판의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문제는 겉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수박이 딱 그렇다. 수박 꼭지의 신선도나 두드릴 때 통통 하는 경쾌함 정도로 그 안의 본질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배를 갈라(!)보기 전에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게 이미지 정치의 내재적 한계다.

얼굴, 체형, 옷차림 등 이미지는 중요하다. 특히 고정관념이 형성되기 전의 이미지 구축은 대인 지각의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왜냐 하면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가 그 사람의 내면적 측면인 성격, 태도, 가치관과 문제 해결 능력까지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턱선을 자세히 살펴봤다고 그 사람의 정치 철학을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말이다.

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수박[정치인]이 정말 달고 잘 익었는지 껍질[이미지]만 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명운(命運)으로 새겨진다. 우리가 행사할 한 표가 무겁디 무거운 이유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33호입력 : 2020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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