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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가 어두워지면 생기는 일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7호입력 : 2019년 12월 05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퇴근해서 딸깍하고 아파트 문을 여는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경험상 분명 아이가 뭔가 심각한 실수를 했거나 애 엄마가 사고 싶은 게 생겼거나 둘 중 하나다.

‘오늘은 어떤 케이스지?’ 하고는 재빨리 애 엄마의 얼굴을 살폈더니 아, 매우 심각했다. 사고 싶은 가방이 생겼을 때 짓는 그런 표정이 아니라 자못 심각하다.

얼른 그 날카로운 눈길이 가닿는 곳에 서있는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녀석은 표현(?)하고자 하는 얼굴이 안 만들어지는지 다양하게 얼굴 주름을 잡고 있었다(아들아, 표정 연기를 더 리얼하게 할 수는 없겠니?). 본인은 심각하지만 주름을 만들기엔 터질 듯 통통한 얼굴이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래서 어릴 때 엄마를 속이려 아픈 척한 게 잘 안 먹혔었구나 하고 잠시 추억에 빠져든다.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더니 책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제 알겠다. 녀석은 몰래 답안지를 보면서 문제를 풀다가 현장에서 들킨 모양이다(음, 오늘은 아빠도 너를 도와줄 수 없겠다). 애 엄마도 아들의 부정행위, 특히 거짓말이나 커닝(cunning은 콩글리시다. cheating이 맞는다)을 싫어한다.

“남자는 인마, 커닝도 해보고 다 그러는 거야”

하고 괜히 큰 목소리로 애 편을 드니, 아내의 레이저 쏘는 눈빛으로 나를 향한다. 그걸 피하려 후다닥 화장실로 피한다.

‘아들아, 오늘은 정말 너를 도와줄 수가 없겠구나. 너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다.’

어디에서 인간의 정직성에 관한 실험을 읽어본 기억이 난다. 먼저 피실험자는 수학 문제를 제공받는다. 각자가 알아서 문제를 풀고, 다했으면 그 옆에 있는 답안지로 정답을 확인한다. 문제를 잘 풀었으면 병 안에 든 과자를 먹어도 좋다, 뭐 이런 식이다. 도대체 이 절차가 인간의 정직성과 어떻게 연결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실험의 핵심은 조명(照明)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밝은 조명 밑에서는 대부분의 피험자가 정직하게 문제를 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명을 어둡게 했더니 문제는 풀지 않고 피험자는 정답지부터 펼쳐들더란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틀렸어도 과자를 먹더란다. 정답에 대한 보상으로 먹게 한 과자를 아무 때나 꺼내 먹었다는 말이다. 그저 조명을 어둡게 했을 뿐인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걸까?

주위가 어두우면 내 행동이 잘 안 보인다. 이성(理性)에 억눌렸던 야성(野性)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환경이란 말이다. 첫사랑의 고운 손을 잡아본 곳도 어두운 극장 안이었다. 고약한 악플을 생산하는 곳도 어두운 골방이지 훤한 공공도서관은 아니니까 말이다. 실험은 주변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인간은 덜 정직해지더라는 평범한 사실을 굳이 돈을 써가며 밝혀낸 것이다.

이번에는 피험자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는 바로 앞에 있는 다른 피험자와 원하는 만큼 나눠 가지게 해 봤다. 과연 피험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줬을까? 원하는 만큼이라는 조건이라면 혼자 다 가져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역시 방의 밝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고 한다. 밝은 방에서는 돈을 5대 5로 나누었다고 한다. 하기야 바로 앞에서 돈을 받는 걸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어두운 방에서는 6대 4 내지 7대 3으로 나누더란다. 어두운 방이 인간을 더 이기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어두워지면 우리의 야성과 본능이 자극되는 모양이다. 색깔 심리학적 관점에서 검은색은 우아함과 신비함을 상징하지만, 은밀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처럼 검은색은 위험이나 악 등 인간이 가지는 어두운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 아들을 커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명도 그렇고 공부방을 보다 밝게 해 줄 필요가 있다. 파란색을 살짝 첨가해도 좋겠다. 파란색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초록색도 좋다고 한다. 치유와 평온함을 유지하는 색이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7호입력 : 2019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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