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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
한 입에 느끼는 감각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우리 이성을 마비시키는 주범
겉은 바삭한데 속은
녹진한, 강렬한 대조 역학에 뇌는
이성적 판단을 포기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 1381호입력 : 2019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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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 초콜릿 무스를 듬뿍 얹은 조각 케이크, 딸기 맛 마카롱 그리고 갓 구워낸 크루아상…
날씨가 쌀쌀하니 요즘 내가 잘 먹는 군것질거리다. 몸에는 좋지 않은, 그러나 입에는 아주 착착 달라붙는 얄미운 놈들이다. 뇌 과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이런 종류의 음식이나 디저트에 약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한다. 기업에서는 그것을 상업적으로 잘 활용을 하고 고객인 우리는 또 잘 속고 그런다는 거다.
그 첫 번째가 좀 어려운 말로 대조 역학(dynamique des contrastes)이라는 뇌 조정 기법이다. 한 마디로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고 쫄깃한’ 류의 음식들이다. 아들 녀석이 햄버거를 먹고 나면 꼭 입가심으로 오물대는 애플파이 같은 거다. 겉은 튀겨서 바삭거리는데 그 안에서 터저나오는 눅진하고 달달한 감촉의 사과 조각들의 조합물은, 배가 불러도 한두 개는 어렵지 않게 소비된다. 이처럼 한 입에 느끼는 감각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우리 이성을 마비시키는 주범이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녹진한, 강렬한 대조 역학에 뇌는 이성적 판단을 포기해 버린다.
매혹적인 디저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살며시 고이는 ‘침’이 그렇다. 눈앞의 음식에 아무리 단호하고 방어적이면 뭐 하나? 이미 침이 마구 분비되면 어쩔 수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진열장 속 디저트는 이미 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식품 회사들은 ‘침을 흘리면 모든 게 끝’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놓치지 않는다. 혀의 맛봉우리(미뢰)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가령, 카카오 함량은 적고 설탕은 듬뿍 든 초콜릿이 그렇다. 버터를 삽(!)으로 퍼 넣어 만든 쿠키가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입 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약하다. 아니 무기력하다.
칼로리가 제법 되어 보이지만 입 안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음식도 위험하다. 광고 문구 그대로 입속에서 마치 눈 녹듯 사라지는 그런 음식 말이다. 우리 뇌는 입 속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가벼운 식감의 음식은 칼로리가 적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칼로리 밀도 은폐’라는 이름의 이 현상은 우리 뇌가 그만큼 살찌는 데 취약하다는 증거다. 커피나 우유에다 부드러운 크래커를 담갔다 입에 넣으면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목구멍으로 후딱 넘어간다. 그런 신기한 경험을 자주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랫배는 더욱 볼록해져 있다. 흔히 경험하는 쓰디쓴 사실이다.
늘 똑같은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우리 본능도 과자 업계로서는 반갑기만 하다. 더 많은 종류의 제품 개발로 이어지니까 말이다. 지방, 소금 당의 함량이 마이크로그램 단위로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제품명이 붙는다. 거의 같은 내용물이지만 이름하고 포장지만 달라진, 새로운 과자로 팔린다. 우리 본능은 이렇게 지속적이며 변덕스럽다.
우리 기억도 과자 업계를 배 불리는 중요한 변수다. 정크 푸드는 분명 건강에는 안 좋지만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햄버거 매장에서의 기억은 정크 푸드를 먹었을 때 느꼈던 기분 좋은 감각을 저장한다. 그렇게 저장된 기억은 우리 눈에 햄버거 이미지가 노출이 되는 순간 그 기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 좋았던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매장 손잡이를 잡아당기게 만든다. 매장 여기저기 보이는 강렬한 빨간색, 로고, 이미지, 뭔가 만질 때마다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옆 테이블에서 나는 신상품의 달콤한 냄새, 나도 모르게 분비되는 침 등은 우리의 이성적 판단이나 자제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 우린 앞에 놓인 음식에 늘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바람직한 안 돼(good No) 두어 가지를 소개해 본다. 힘들겠지만 아예 정크 푸드를 안 보는 거다. 있으니 손이 가는 거고 눈에 보이니 그런 거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아예 눈길을 주지 말라고 한다. 두 번째로 색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보기에 화려한 것은 마케팅 업계에서 놓은 덫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나 반찬 치고 화려한 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예외 없이 몸에는 좋다. 마지막으로 원재료명과 함량 표시를 무시하지 말라고 제안한다. 도통 알 수 없는 성분이 많이 든 음식치고 몸에 좋은 건 없다. 원재료가 다섯 개가 넘는 제품은 일단 의심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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