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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생명의 숲, 황성공원 수난사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391호입력 : 2019년 05월 23일
↑↑ 이성주
편집국장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동경의 대상이자, 탐욕의 대상이다. 특히 인간의 삶터와 인접한 자연환경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경계에서 그 가치를 둘러싼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생태·역사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아왔던 경주 황성공원도 이에 자유롭지 못했으며 오랜 세월 수난을 겪어 왔다. 황성공원의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그 가치는 대단하다. 이천년 이상 숲으로 존재해 왔으며 자연생태와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장구한 세월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 고성숲이라고도 불리는 황성공원은 역사도시 경주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시민들에게 추억의 공간이자, 평등하게 가까이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황성공원은 임정수(林井藪 : 소금강산과 독산<김유신 장군 동상이 있는 자리> 사이)~고양수(高陽藪: 지금의 황성공원 일원)~유림(柳林 : 북천과 형산강의 합류점의 하류 지점)을 동서축으로 하는 중심부에 있으며 경주 구도심과 신도심(황성·용강)의 완충공간이자,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 생태·역사공간으로서 사랑을 받아 왔다. 

‘조선의 임수(林藪)’ 기록에 의하면 고양수(高陽藪)는 경주군 북천면 황성리 소재로 면적은 8만여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지금까지 장년층들이 황성공원을 고성숲이라고 더 많이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역사적 기록에 유래된 것이다. 

황성공원은 1975년 2월 17일 도시근린공원으로 처음 지정됐으며 면적은 100만㎡이였다. 1979년 5월 공원지역 변경에 따라 103만9000㎡로 늘어났다가, 1992년 102만2350㎡, 2002년 황성근린공원 변경결정 및 지적승인에 따라 89만6500㎡로 줄었으며, 국·공유지 75만3495㎡(84%), 사유지 14만3005㎡를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황성공원의 숲은 지금의 2배가 넘었다고 하나 점차 녹지면적이 줄어들어 전체공원 면적의 30%를 겨우 넘기고 있다. 

황성공원의 현대사는 지방자치시대의 단면을 보여 준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황성공원의 수난사는 시작됐다. 

황성공원의 첫 위기는 1995년 경주시·경주군이 통합되면서 직면하였다. 시·군 통합된 경주시는 황성공원 부지 내 동편에 통합시청사를 추진했다. 그리고 1996년 5월 15일 경주시의회가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경주시·경주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간 대립이 극에 달했다. 당시 경주시는 여론수렴절차 없이 경주시의회의 동의만으로 이를 추진했지만 경주경실련, 경주YMCA, 경주YWCA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주시청사 부지결정 철회운동 범시민연합’을 결성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고 결국 시민여론 압박에 견디지 못한 시는 이 사업을 철회하기에 이른다. 

황성공원 내 통합시청사 건립은 백지화됐지만 이듬해인 1997년 시는 실내체육관 건립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시는 1997년 1월 6일 황성공원 내 2만1000㎡ 부지에 248억원을 들여 건축연면적 1만5462㎡, 최대 8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 건립에 들어갔다. 당시 경주경실련을 비롯한 지역 교수들, 시민단체들을 황성공원내 실내체육관 건립 백지화를 촉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으며, 체육단체는 체육관 건립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시민·사회단체 간 대립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시의 뜻대로 공사는 강행됐고 시장은 반대했던 시민단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황성공원의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 후 황성공원은 황성동과 북천 강변을 연결하는 관통도로가 개설되면서 동서로 갈라졌고 점점 늘어난 콘크리트 포장으로 인해 더 이상 자연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에도 시는 황성공원을 개발대상지로 여겼다. 시는 2012년 황성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제공인 규격에 맞는 대규모 종합운동장 등을 갖춘 복합스포츠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상까지 하게 된다. 현재 황성공원에는 시민운동장, 실내체육관, 씨름장, 보조축구장, 풋살구장, 예술의전당 등 대형 구조물들이 가득 차 있으며 아직도 공간이 있는 곳 마다 구조물을 채우려 하고 있다. 지금 황성공원의 생태·역사유산 차원의 가치는 찾기 어렵고 시민들의 휴식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 놓여 있다. 

황성공원의 이 같은 수난사는 시의 정책부재와도 연결되어 있다. 시는 1975년 황성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하면서 당시 33%에 달하던 사유지를 2001년까지 매입하겠다고 했으나 예산타령만하다가 시기를 놓쳐 황성공원 슬럼화를 가속시켰다. 현재 황성공원 내 사유지는 대략 10%인 9만9000㎡가 남아 있다.
경주시는 2020년 7월 1일로 다가온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매입비 약 350억원이 들어가는 사유지 매입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은행제도를 활용해 공공토지비축을 신청함으로써 사유지 매입은 일단락 될 전망이다. 

황성공원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지도층의 치적 쌓기를 위한 개발과 관리 소홀로 인해 피폐해졌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더 이상 원상태로 복구할 수 없다. 특히 황성공원과 같은 생태·역사적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공간의 경우 방치와 무분별한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될 수 있다. 늘 시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준 황성공원. 정작 시민들은 황성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 볼 때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시민들이 생명·역사의 숲 황성공원을 지키고 치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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