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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풍광, 우리의 기억들(43)-동학 천도교의 성지 ‘용담정’… 그곳에도 가을이 한창입니다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63호입력 : 2020년 11월 12일

우리가 사는 경주는 동학의 발상지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민족사상이자 민족종교인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과 동학의 교리를 확립하고 온몸으로 실천한 해월 최시형 선생은 민중의 마음에서 진리를 전파한 두 지도자였습니다. 그분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경주시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운 선생이 태어나고 ‘사람마다 마음속에 한울님을 모셨으니 사람이 곧 한울(인내천사상)’임을 깨달아 포교활동을 하고 또 그의 유해를 묻은 곳, 곧 동학 천도교의 성지가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에 있는 ‘용담정’입니다. 현재 구미산 기슭 약 40만 평의 땅에 들어선 수도원 시설이지요. 국립공원 구미산(해발 594m)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담정은 동학의 발상지라는 역사적인 사실 외에도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여러 곳에 소개되더니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이곳 용담정을 찾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노랗고 빨간 단풍 아래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다보니 한 가지 바람도 생깁니다. 단풍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동학의 교주인 수운 최제우 선생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서 잠시라도 느껴보고 가는 것입니다. 용담정 입구인 성화문 왼쪽에 천도교와 관련한 홍보책자와 신문이 비치되어 있으니까요.

특히 요즈음 가을이 깊어질때면 단풍나무와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넓은 주차장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성화문’이 나타나고 성화문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이윽고 일자형 한옥으로 단아하게 지어진 용담정이 곱게 물든 떡갈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는 용담교 사이로 보입니다. 용담정 옆 수목들과 계곡 아래 흐르는 물소리는 용담정에 정신의 깊이를 더하는 듯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그 기운을 느끼는지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용담정 안을 들여다봅니다. 용담정은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포교하고 ‘용담유사’를 쓴 곳으로 사당 안쪽에는 영정 사진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건물은 1975년 시멘트건물에 기와를 올린 것으로 용담유사에 나오는 옛 용담정은 아니지만 용담정 안에는 천도교의 기도의식인 청수봉존(淸水奉尊)을 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해월선생에게 동학의 못다 이룬 유업을 당부하고 대구 관덕당에서 참형을 당한 수운 선생을 기려 김지하 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아아 꽃 한송이/ 이슬처럼 지네/ 매운 눈보라 속/ 철이른 꽃 한송이/ 이슬처럼 지네/ 비바람 눈보라 거듭 지나면/ 영원한 봄 오리라 말씀하신 분’이라고요.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 그림=김호연 화백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63호입력 : 2020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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