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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써 물을 그린다 ‘WATERSCAPE_스미다’전

송창애 작가, 虛 중시하는 동양사상 근거해 사유 통한 새로운 감각세계 표현
오선아 기자 / suna7024@hanmail.net1360호입력 : 2018년 10월 11일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관이 갤러리 곳곳에서 펼쳐진다. 마치 바다 속을 유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신원갤러리(관장 김승유)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송창애 작가의 ‘WATERSCAPE_스미다’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갤러리의 소담한 공간적 특성과 어우러지는 최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송 작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인 이수관지(以水觀之). 물은 작가에게 모든 작품의 소재이자 주된 표협 기법, 그리고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담는 하나의 그릇이다.

송 작가는 작품활동에 있어 끊임 없는 고민과 시도를 통해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탈피하고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전체에 전통안료를 도포한 후 에어건으로 물을 분사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가만의 새로운 감각세계를 찾아간다.

↑↑ Waterscape 17091, 물꽃, 100x100cm, 장지, 물드로잉, 2017.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WATERSCAPE_스미다’입니다. 저는 2011년 부터 ‘흐르는 물’을 통해 존재와 타자, 세계의 실체에 대한 시각적 탐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물을 분사하여 강한 수압에 의해 바탕색을 지우고 씻어내는 방식(Water drawing)으로 형상을 드러내는 워터스케이프는 시지각으로는 판명불가한 ‘무엇’, 즉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실체에 대한 주관적, 감각적 경험의 산물입니다. 

‘쏴’하고 물을 쏘는 매 순간, 어디로 선을 그어야 할 지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물을 타고 흐르다 보면 차츰 온몸으로 물이 스미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때 물의 호흡과 일체되고 모든 신체 감관들이 깨어나면서 저절로 기운생동하는 그림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흐르는 물을 매개로 한 이러한 미적 체험의 과정을 통해 저는 아직 세상에 펼쳐지지 않는 미지의 감각적 세계를 탐구하고, 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작품과정이 독특합니다. 타 작업에 비해 고된 작품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 드로잉 탄생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미국 유학시절, 저는 폭 넓은 현대미술을 접하면서 다양한 매체(평면회화, 설치, 영상 등)에 대한 실험을 통해 서구 현대미술의 조형어법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른 그들의 체질처럼 서구미학과 조형론은 저의 기질과 잘 맞지 않았고, 저는 무엇보다 우리의 문화예술 전반에 흐르는 고유한 미의식에 더욱 더 깊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저의 타고난 미적 감수성과 한국미술의 미의식에 근거한 저만의 고유한 표현방식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고, 2011년 불혹의 나이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저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예술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마치 홀딱 발가벗겨진 것처럼 속이 텅 빈 기분. ‘무엇’이 아닌 ‘왜’ 그려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습니다. 

삶과 예술에 대한 그 뜨거웠던 열정과 의지가 모두 사라진 자리에 무기력증이 자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올 무렵,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집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길 위에서 기적처럼 물을 만났습니다. 전혀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저절로 흘러나오는 ‘무엇’이 있었고, 그 형상이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마치 물만난 물고기 마냥 물로써 물을 그리는 워터스케이프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물은 저를 다시 살리고 모든 재현적 세계로 부터의 해방을 가능케 한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그리고 물은 늘 제게 속삭입니다. Flow!

↑↑ WATERSCAPE 18015, 옹달샘, 73x51cm, 전통안료, 종이, 물드로잉, 물판화, 2018.

-작품의 주요 소재는 무엇이고, 주로 작품의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나요?
저는 산책과 산행을 좋아합니다. 2014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4130m) 트레킹을 통해 우주자연와 깊이 교감하는 소중한 체험을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자연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지만 구체적인 자연물을 모티브로 삼지는 않습니다. 이는 제 작업의 초점이 재현적 세계의 모방 또는 표현이 아닌 비재현적 사유를 통한 새로운 감각세계의 현현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까지의 작업이 자연적인 형상들을 닮은 것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제 안의 본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그동안 작품 활동의 변화과정에 대해 궁금합니다.
학부 때 동양화를 전공한 것은 제 작업의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되고 있습니다. 동양철학은 곧 동양예술정신입니다. 동양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기운생동과 여백의 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양사상에 대한 근본적인 공부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저의 워터스케이프와 물 드로잉 기법도 모두 동양적 사유, 즉 ‘허’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에 근거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묵을 이용한 도시풍경화에서 발가벗은 인간피라미드를 이용한 인간풍경화(MaeSS Landscape), 그리고 현재의 워터스케이프에 이르기까지 총 3번의 큰 조형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 유학을 기점으로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아정체성과 세계관의 해체와 재구축의 과정에 의한 자연적인 변이였습니다.

-옛 시절 동경하던 작가가 있었는지요?
대학원 시절, 첫 유럽여행 때 마딱뜨린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바탕의 해바라기 작품은 지금까지 제 삶과 예술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시 수많은 명작들을 보고 별 다른 감응을 받지 못했던 저는 고작 30호 크기의 고흐의 작품 앞에서 온몸을 관통하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하여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카이로스적 시간 속으로 순간적으로 쑥 빨려들어가 고흐의 부서질 듯, 맑은 두 눈동자와 마주치는 신비체험을 하였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저는 우리의 제한적 삶에 분명 존재하는 현존적 힘에 대해 긍정하며, 예술창작을 통한 좀 더 큰 자아와 미지의 세계에 대해 탐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지, 전통안료 등 동양화 재료가 주재료입니다. 그렇다면 장르도 동양화로 보면 되는지 궁금하네요. 앞으로도 물 드로잉 기법을 꾸준히 선보이실 예정인가요?
현대미술에 있어 재료기법에 의한 장르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이미 모든 분야를 통해 경계의 해체와 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면 회화작업을 하는 시각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굳이 동양화를 전공했다고 해서 동양화가도 아니고 현대 서구미술의 재료와 미디어를 이용한다고 해서 현대미술가의 자격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받은 모든 학위들은 제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제사 물을 만나 저만의 조형세계를 막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작품의 컨셉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를 시도하겠지만 현재로써는 회화작업만으로도 제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쉽지 않기에 당분간 물 작업에만 매진하고자 합니다.

↑↑ <위> WATERSCAPE 18006, 30x120cm, 전통안료, 장지, 물드로잉, 2018. <아래> WATERSCAPE 18005, 30x120cm, 전통안료, 장지, 물드로잉, 2018.

-다음 전시 계획과 함께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재료나 기법에 대해 미리 말씀해 주실수 있을까요?
오는 10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대구에 있는 GOODSPACE에서 ‘WATERSCAPE_잠기다’라는 타이틀로 초대전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조금 색다른 조형적 실험들을 시도, 물판화(Water print)라고 하는 저만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였습니다. 

판/틀을 이용한다는 것은 재현적 세계의 표상과 기억, 그리고 시간성의 개입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물을 통한 자율성에 대한 탐구를 하였다면 앞으로는 타자성, 즉 나와 세계와의 소통과 관계성으로 확장하여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경주에서 전시를 하게 된 소감과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물 드로잉 기법을 통해 천년고도 경주와 인연이 닿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 초 처음 경주를 방문했을 때 신원갤러리 길 건너편에 있는 오능에 방문했어요. 그때 소나무들의 기세가 하늘을 뚫고 올라갈 듯 신비한 기운을 느꼈죠. 한국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경주의 역사와 예술작품에 대해 좀 더 탐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를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저에게 물은 소통의 끈입니다. 전시기간 동안 많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닿기를 바래봅니다.

↑↑ WATERSCAPE 18016, 수련, 73x53cmx2ea,전통안료, 종이, 물판화, 2018.

#송창애 작가는…
미국 University of Oregon과 숙명여대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은 후 홍익대 동양화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개인전을 포함해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6년 ‘Korean Artist Project 2016’ 아티스트로 선정(한국미술관협회 주관/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2010년 미국 폴락-크래스너 재단의 창작기금 수여를 비롯해 미국 앤더슨래치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국내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파주로 작업실을 이주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ETRO, 영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MBN 매일경제, Tacoma Art Museum(USA), Asian Counseling and Referral Service, Anderson Ranch Art Center(USA) 등이 있다.
오선아 기자 / suna7024@hanmail.net1360호입력 : 2018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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