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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들려주는 옛이야기
최정환 시민 기자 /  1125호입력 : 2014년 01월 27일
이 이야기는 80여년 전 경주에서 80리 떨어진 곳에 있었던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머슴살이하던 이인직 씨는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갔다가 산적들이 숨겨놓은 돈과 보물을 횡재하여 갑자기 부자가 된다.
이후 장가도 가고 자식을 낳아 큰아들을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을 보낸다. 아들 혼자 객지에 보내려니 걱정이 된 이씨는 결혼을 시켜 며느리를 함께 보내게 된다.
이 씨는 며느리에게 아들 모르게 돈을 쥐어 주며 “절대로 이 돈이 있다고 자랑하거나 알리지 말고 네 남편이 돈이 떨어지면 내가 주더라고 하지 말고 조금씩 주어라”고 엄명하고 며느리도 신문명(新文明)을 배워오라고 일본으로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서 공부하다 남편이 금전적으로 힘들어져 쩔쩔맬 때 시어른이 시키는 대로 돈을 조금씩 남편에게 주었다.
여름 방학에 귀국한 아들은 고향 집에 오자마자 “아부지, 마누라가 구식이라 재미 하나도 없어 같이 못 살겠심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래. 니도 그러냐? 나도 그렇다. 니는 아직 젊으니 나중에 새장가 가도 되지만 나는 너희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내가 더 급하니 너희 엄마부터 먼저 바꾸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부지. 다시는 그런 소리 안 하겠심더”라며 손발이 닳도록 빌었다고 한다.
이후 아들은 학업을 마치고 70년대 초반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내무장관을 지냈는데 바로 ‘이 활’ 씨다. 동생 또한 법무장관을 지냈는데 ‘이 호’ 씨다.
그러나 해방 이후 찬탁, 반탁으로 민족분열이 심각했던 시기에 반탁 지지자들이 이인직씨의 집에 불을 질러 폐가가 되었다. 자손들마저 타지로 나가 살게 되면서 2대가 제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된다.
거기에 비하면 몇 십 배 아니 몇백 배 이상의 가치를 지녔던 교동 부잣집을 생각해 본다. 그 장본인들은 이제 고인이 돼 이야기만 남았다. 아니 이런 전해져 오는 이야기도 이젠 사라져 간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고 대 원칙이 있는데 구중에서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이 원칙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는 말의 참뜻을 생각해보는 설날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
최정환 시민 기자 / 1125호 입력 : 2014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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