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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에 멍든 경주시민
경주신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5일
문화재위원회는 8일 열린 경주경마장 예정부지 보존여부에 대한 재심의에서 '보존'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또한 경마장 예정부지 29만여평 중 천북로에 맞닿은 서쪽구릉 5천여평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사적지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논란을 거듭하면서 추진되어온 경주경마장건설이 사실상 무산됐다.
경마장예정부지에서 가마터와 3천여점에 달하는 각종유물이 발굴되어 보존가치가 높다는 문화재위원들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발굴지연, 예산삭감, 부지매각설, 보존여부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연기 등 보존을 결정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경마장건설을 하지 않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주경마장건설이 최초로 거론된 것이 지난 91년, 그후 10년 동안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국책사업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사유재산권을 침해받고 보존의 사슬에 묶여 울산, 포항 등 인근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경주 현실 앞에 연간 5백억~7백억원의 지방세수가 예상되는 경마장은 침체일로에 있는 지역경제의 활로이자 지역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건설의지를 갖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부지가 타당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업을 변경하는 것이라면 시민들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정부가 온갖 구실로 경마장 건설을 무산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갖는다면 시민들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정부는 경주시민들의 반발이 단순히 문화유적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에 그 뿌리를 두고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더구나 전남 담양지역에 경마장건설이 추진중이라는 일부언론의 보도까지 겹쳐 경주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지난 10년간 위정자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했던 경마장을 무위로 돌리면서 경주시민들이 보존가치 앞에 그냥 수긍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주문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소중히 여긴다면 지금이라도 경마장 건설의지를 확고히 하고 기존 예정부지가 보존가치가 높아 건설이 불가능하다면 제3의 장소를 물색하고 재건설에 돌입해야 마땅하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태권도공원 등 경주에 걸 맞는 대안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민들의 불신을 씻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전추가건설과 같은 국책사업에 시민들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
경주신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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