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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백 감독의 좁은문 ‘A dream’

‘천로역정’ 신선한 해석 돈키호테 PD의 귀환!
박근영 기자 / 1456호입력 : 2020년 09월 17일
↑↑ 스스로 어렵고 좁은 문으로 걸어들어간 엄기백 감독.

엄기백 감독의 연극 에이 드림(A dream)이 지난 주 개막한 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한 와중에도 상당한 집중력을 과시하며 공연 중이다.

에이 드림은 기독교인 사이에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영국의 위대한 작가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의 ‘천로역정’을 존 번연의 열정적 구도적 생애와 연결해 극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유리 작가의 치밀한 극본과 연출가 엄기백 감독의 완숙한 관록이 어울려 자칫 식상하기 쉬운 명작을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최고의 천로역정’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감옥에 갇혀 여러 작품을 쓴 존 번연의 개인사를 조명함으로써 천로역정이 쓰여진 배경을 낱낱이 해석한다. 존 번연이 살던 영국은 종교개혁의 거센 물결이 지난 후 아이러니 하게도 영국 국왕이 종교의 수장이 되는 ‘국교회’가 대중이 되고 동시에 이를 거부하는 청교도적인 종파들이 난립하는 시대였다.

그 중에서 존 번연은 베드퍼드 분리파 교회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이 교회의 평신도 설교자로 활약하다 두 번에 걸쳐 12년이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연극은 바로 이 시기, 감옥에서 천로역정을 쓴 존 번연의 구도적 종교관과 갈등상황을 천로역정과 절묘하게 조화시켜 나간다. 극중 주인공 크리스찬이 택한 ‘좁은 문’은 진정한 믿음을 주장하며 국교회를 거부한 채 감옥살이를 택한 존 번연 자신의 모습임이 드러난다.

천로역정은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름도 크리스챤, 믿음, 소망, 합법, 이성, 무지, 게으름, 거만 등 주인공의 캐릭터를 대놓고 특정 짓는 등 다소 엉뚱하다. ‘내용이 판타지 아냐?’ ‘주인공들 이름이 왜 이래?’라는 의문 역시 연극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풀린다.
극중 존 번연의 현실과 천로역정의 스토리가 교차하며 존 번연과 크리스챤이 대립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담은 것은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감동을 극대화 하는 아주 기발한 장치다. 죽음의 강을 건너 영원한 생명을 얻는 크리스챤의 여정과 감옥에서 풀려나며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존 번연의 모습도 완벽하게 일치된다.

공교롭게도 극의 시작이 영국 대화제와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대에 맞추어져 있다. 극을 보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마치 일부러 설정해놓은 장치 아니냐고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 연극은 엄기백 감독이 1년 전부터 계획한 것이었고 오유라 작가 역시 1년 전부터 희곡을 썼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자 역시 1년 전부터 엄기백 감독이 천로역정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극의 시작이 흑사병 영국의 시작인 것과 이 연극이 코로나19 속에서 열리는 것에 묘한 평행이론이 엿보여 이 역시 어떤 필연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필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인해 극예술·공연계가 침체일로일 때 연극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연극은 마치 천로역정에 임하는 크리스챤처럼 망설임 없이 진행됐다. 공연은 질병관리본부가 규정한 자리 띄우기, 발열체크, 관객 실명 체크 등 엄격한 관리 속에서 진행됐지만 그런 까다로움 속에서도 허용된 객석을 채울 만큼 성황이었고 관객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일 만큼 열렬했다.

혹시 다른 공연이나 영화 등을 통해 천로역정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이번 공연을 볼 것을 권한다. 이 작품은 어쩌면 천로역정을 소설로 미리 읽거나 천로역정과 관련한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연극이다. 뻔한 스토리가 아닌 천로역정을 작가적 시점에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엄 감독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이전 어느 때보다 이 작품에 많은 열정을 쏟으면서 숱한 연습공연 때마다 스스로 감동에 겨워 많은 눈시울을 붉히며 작업했다고 고백한다.

KBS피디 시절 ‘돈키호테 피디’로 소문날 만큼 저돌적이고 대차기로 소문났지만 한편으로 깊이 있는 크리스챤임을 자부해온 엄 감독이다. 그런 그가 70세를 눈앞에 둔 인생의 완숙한 경지에서 굳이 천로역정을 들고 나온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이 작품이야말로 자신의 예술과 종교적 완성을 향한 ‘좁은 문’ 아니었을까? 그것도 전성기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과감한 연출로 돌아왔으니 이 작품의 박진감은 물을 필요조차 없다. 날씨가 쌀쌀해져 옷깃을 세우는 시기, 창대하고 열정적인 연극 ‘에이 드림’으로 코로나19에 맞서는 마음의 면역력을 키워볼 것을 권한다.
박근영 기자 / 1456호입력 : 2020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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