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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함께 이겨내야 하는 것, 시민의 협조 절실
이태형 경주소방서 서장
이필혁 기자 / dlvlfgur@hanmail.net 1032호입력 : 2012년 04월 02일
|  | | | ⓒ (주)경주신문사 | |
작년 12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19 긴급전화를 받은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 소방관 2명을 근무규정 위반으로 다른 소방서로 인사조치한 사건이 발생해 시민의 질타를 받은 적 있었다. 긴급전화로 도 지사의 권위를 앞세운 것이 문제의 원인이지만 실상은 소방서가 독립 기관이 아니고 도 소속의 하위 기관이라는 인식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재난과 생명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시민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조금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 지역의 소방서를 이끌어 가는 경주소방서의 이태형 서장을 만나 지역의 현안사항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들어보았다.
#경주소방서에 부임하시고 느낀 경주의 모습은?
도내 여러 지역에서 근무했었다. 경산, 문경, 안동, 영주 등. 그중에서 경주는 전통적인 자연미와 인공적인 미가 아름답게 이루어져 있는 도시다. 특히 형산강 주변에 잔디밭이 형성돼 인공미와 자연미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또 도심지 안에 큰 공원이 형성되어 자연과 도시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경주는 문화재가 많이 있어 화재가 나면 손실이 막대하다.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국보급 보물들과 사적, 유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이런 문화재들은 한번 손실이 되면 원상으로 회복하기가 불가능하다. 숭례문 화재처럼 문화재의 손실은 단순히 있던 물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얼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숭례문 화재의 피해가 컸던 것은 화재대응 메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 목조문화재는 화재대응 메뉴얼을 2011년도에 정비해 숭례문 화재처럼 큰 피해가 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또 목조문화재에 대한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및 소방시설(옥외소화기, 자동화재 속보설비)을 설치했고 민·관 합동 신불 진화와 문화재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점사업은 무엇이 있나?
문화재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후손에게 소중한 문화재를 물려주어야 하는 일념으로 전 소방관들이 근무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지역에 월성원전이 있다. 일본은 대지진으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경주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예방과 교육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진에 의한 방사능 누출도 피해가 크지만 테러에 의한 피해가 더욱 큰 문제다. 울진에서 테러 모의실험결과 테러 요원에 의해 원전이 완전히 파괴되었던 적이 있었다. 사고가 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안전복과 누출 측정기, 무인 방수차 등을 구매할 계획으로 있다. 다음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민생명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소방서가 기초생활 수급자 가구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보급하는 등 국민 생명보호에 총력을 기울여 인명피해가 없도록 경주소방서가 안전관리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소속이 지방공무원으로 되어있어 독립성이 부족한 것 같다. 장비와 인력 충원의 애로 사항은 없는지?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소방공무원은 도 소속 공무원이다. 경상북도 전체 공무원 인력에 포함돼 공무원 정원제에 묶여있어 필요한 인력을 제때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예산 편성권도 없어 장비의 수습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노후차량이 전체 차량의 20%를 차지하는 데 재원이 없어 바꿀 수 없다. 하루빨리 소방서도 독립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소방청으로 독립해서 자체 예산 편성권을 가져야 노후 소방차량이나 장비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고 인력의 충원을 통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소방서가 24시간 맞교대에서 3교대로 바뀌었다. 근무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전면적으로 3교대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직은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고 있다. 인력을 증원하고 3교대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원을 3개로 나누어서 근무하다 보니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기존에 7~8명이던 근무자가 3교대가 되면서 3~4명이서 근무해 출동까지 하다 보니 소방서를 비우는 일도 있다. 비워진 소방서에 도둑이 들어 사무용품과 컴퓨터를 도둑맞는 웃지 못할 경우도 생겼다. 3교대가 시행되면 인원도 함께 충원이 되어야 하는데 충원을 해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 (허위·장난전화로 인한 출동)
화재 소화는 소방서의 몫이다. 하지만 시민도 화재나 화재예방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작은 관심이 있으면 화재 발생을 줄일 수 있다. 2011년 경주소방서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는 356건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다. 화재 발생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방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이 화재예방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자율적인 화재예방 의식을 발휘해 주면 좋겠다.
장난 허의 전화로 인한 출동으로 재난, 인명구조의 공백이 생긴다. 119에 대한 인식 개선과 위치 정보 시스템 등의 발달로 장난전화가 많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오작동으로 걸려오는 신고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신고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작미숙으로 신고가 접수돼 2010년에 552만 3.449건으로 총 신고 접수중에 42.3%를 차지하고 있다. 시민들의 작은 관심만 있으면 불필요한 신고로 인한 출동을 막을 수 있다.
#시민에게 한마디
각종 재난은 특정 기관(소방, 경찰)이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에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협조해야 이겨낼 수 있다. 시민들의 협조로 화재의 방관자가 아니라 협조자가 되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재난은 모두가 함께 이겨내야 한다.
이 서장과 인터뷰 내용 중 소방서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보다 경주의 좋은 곳과 장점들을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기자보다 자세히 알고 있었고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건의하는 모습이 경주에 부임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치 십 년이상 경주에 살았던 것 같았다. 말투에서 경주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더 좋은 경주가 되길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경주에 오는 지인들에게 경주를 소개하기 위해 책을 읽고 여기저기 둘러본다는 이 서장, 그의 모습에서 경주를 사랑하는 경주人을 느낄 수 있었다. |
이필혁 기자 / dlvlfgur@hanmail.net 1032호 입력 : 2012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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