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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의 신라향가, 일본 만엽집을 열다(1)-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만엽집과의 만남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6호입력 : 2020년 09월 17일

필자는 1970년대 이래 신라의 향가를 연구해 왔다. 그리고 몇 년 전 그 결과를 집대성해 ‘천년향가의 비밀’이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다.

평생의 사업이라 할 향가연구를 마쳤으니, 이제 노후의 로망인 유적지 찾아 맛기행 다니며 인생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그간 참고했던 자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향가를 연구하지 않을 마음으로 자료들을 치워버릴 요량이었던 것이다.

자료더미 속에는 우리 향가를 공부하던 일본인들의 논문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전해지는 ‘만엽집’이란 옛 시가들을 해독하는데 도움이 될까해 우리나라 향가들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엽집’이란 신라 향가가 만들어진 시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시가집이다.
거기에는 4516장의 시가 포함되어 있다. 일본인 연구자들은 10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만엽집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해마다 여러 명씩 배출해내고, 초정밀 제조업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만엽집이란 책자 한 권을 천년이 넘도록 해독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고 있음에도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만엽집을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며 전 세계에 자랑하고 있다.

필자는 향가를 뒤적거리는 일본인들이 신기했었다.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 문학의 뿌리인 향가를 건드리는 데는 다소 불쾌했으나, 유구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뿌듯해지기도 하였다. 대체 무엇이길래 일본인들이 만엽집 풀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우리의 향가 연구에 까지 끼어들고 있을까? 일제 강점기 시절 지금의 서울대학교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에 교수로 부임한 소창진평(小倉進平-오쿠라 신페이)이 향가연구를 본격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향가를 호시탐탐 집적대고 있지 않는가?
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엽집을 구체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는 알았으나 솔직히 일본어 실력이 초보적이어서 연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을 향가 이론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참고 했던 ‘만엽집’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다 문득 궁금증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 날은 2019년 8월 6일이었다.

일본인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만엽집’ 해독법을 변형시켜 향가를 풀어보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거꾸로 대한민국 사람인 내가 ‘신라 향가 창작법’을 만엽집에 적용시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다. 우습지만 치기어린 민족주의적 반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100년 전도 아니고 1500여 년 전에 씌어진 ‘만엽집’의 작품 4516장은 사실 세계 문학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어마어마한 양이다. 거기에 대해 우리의 향가는 25장이다. 4516 : 25. 어디까지나 우리끼리만의 비밀스러운 속삭임이지만 일본인들이 세계에 대고 자랑할 만 했고, 우리는 기죽을 만도 했다. 일본인들은 4516장의 작품들에 주민등록 번호처럼 1번가부터 4516번가까지 일련번호를 부여해놓고 있다.

그날 필자는 특별한 의도 없이 맨 끝 작품 4516번가를 잡았다. 그 작품에 신라향가 창작법을 적용해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필자의 가벼웠던 마음이 아연 긴장에 휩싸인 것은 그로부터 2-3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이게 뭐야?”

서로가 맞물려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던 4516번가의 구조를 해체하던 필자는 긴장에 휩싸였다. 시계 톱니바퀴가 설계도에 따라 조립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4516번가의 문자들이 ‘신라 향가 창작법’에 따라 조립되어 있었다.

시계에 조립공이 있듯이 만엽집에도 문자 조립공이 있었다. 만엽집의 작품들이 ‘향가 창작법’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는 게 의아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우연일거야. 아마 이 작품만 이러겠지’

이번에는 1번가를 골라잡아 향가창작법을 적용해보았다. 1번가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여러 작품들을 골라잡아 풀어 보았다. 틀림없었다. 모두가 신라 향가 창작법 대로였다. 손끝이 부르르 떨리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눈앞이 하얗게 변색되어졌다. 아득한 흥분에 휩싸여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럴 수가, 만엽집 모두가 향가였단 말인가.


>>다음에 계속

↑↑ 김영회 국제향가학회 회장
-저서 : 천년향가의 비밀 -논문 :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의 의미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6호입력 : 2020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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