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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산들바람
경주신문 기자 /  1185호입력 : 2015년 04월 02일
 |  | | | ↑↑ 이근원 시민기자 | | ⓒ (주)경주신문사 |
‘봄 바람 맞으며 둘이 걸어요’ 어디서 들어 본듯한 노랫말이 떠오른다. 기분좋은 날이다. 아마도 화창한 봄기운이 생체리듬을 상승시킨 것 같다. 산너머 남촌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산들바람이다. 그 바람이 불어오면, 아! 산들한 초록향기가 동네방네 화사한 색비를 뿌려 물들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처녀총각만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이 아니다. 핵가족 시대, 마이카 시대 아닌가. 웬만하면 안 나가볼 수가 없다. ‘옆집은 가는데 우리집은 왜 안가요?’라고 하는데 이럴땐 나들이가 상책이다.
충효동 흥무로길은 매년 사월초 이맘때면 왕벚나무에 흰나비가 날아 앉은 듯 벚꽃이 흐드러진다. 바람이 산들불면 살살 흔들리기도 하고 성질 급한 꽃잎은 날아 오르니 내눈에는 천상 흰나비 같다.
요사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려진 듯 타지역에서도 꽃구경 오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수십년 된 수령의 나무라서 운치가 더하다. 모두들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곳저곳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200여미터 안팎의 짧은 구간에서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 반이다.
이곳의 길은 왕복편도 2차선이다. 지금은 행사기간이라서 그런지 벚꽃나무 맞은편 경주여중 방향은 가설좌판대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고 연신 유행가 소리가 울려퍼지며 시골대목장 분위기 같이 흥을 복돋우고 있다.
각종 먹거리를 볶고, 굽고, 끓이는 냄새도 한가득이다. 이런 시골대목장 분위기는 내년 아니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흥무로 벚꽃마당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문화의 거리로 기억해줄 지 궁금하다.
시내에서 들어오는 진입차도 1차선에는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그곳에서 가설좌판대로 건너 다니다보니 중간의 꽃밭은 밟히고, 각종 쓰레기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벚꽃이 나비가 되어 모두 날아갈때까지 부끄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경주는 힐링도시라고 불린다. 도시가 추구하는 것이 힐링이라면 꽃구경도 컨셉을 힐링으로 하면 어떨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문호수 둘레길을 만든 것도 힐링관광을 홍보하고 그 길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함 일 것이다. 보문에서 1박을 하고 조용한 아침에 둘레길을 산책하는 느낌은 특별하다. 조용한 호수표면에 비치는 나무, 물속에 잠긴 나무들의 반영은 그 자체가 명상의 한가운데 있는 듯하고 클래식, 팝송의 서정적이고 은은한 멜로디는 세라토닌을 분비시키기에 충분하다.
자연은 무위(無爲)다. 가감 없는 그 상태일 때 우리의 감성과 가장 친해진다. 감성여행을 위해 이길을 그냥 조용히 걸어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손님, 보이소 한잔하고 가세. 어깨너머 들리는 호객 소리에 어느듯 봄바람 산들바람이 돌아서 간다. |
경주신문 기자 / 1185호 입력 : 2015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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