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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재단의 활로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8호입력 : 2020년 10월 08일
↑↑ 오기현 대표이사
(재)경주문화재단
1347년 시작된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중세문학을 대표하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계기로 탄생한다. 피렌체의 남녀 10명이 흑사병을 피해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피신 가서 10일 동안 각자 한 가지씩 풀어놓은 100가지 이야기이다. 혼돈과 불안 속에서 절대적인 도덕과 신성함이 무너진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과 현세적 삶을 추구하는 근대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흑사병은 유럽인들을 엄격한 종교적 삶에서 벗어나서 개성과 이성의 세계에 다가가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죽음과 파멸의 위협 앞에서 미술가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행적을 그림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했다. 흑사병이라는 재난 속에서 르네상스가 발흥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포스트 코로나. 이제는 ‘WITH 코로나’가 될 수밖에 없다. 불편하지만 코로나는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다. 당연한 줄 알았던 관객의 부재는 문화예술의 본질이 관객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였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공교롭게도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가치는 바로 ‘공존과 협력’라는 사실을 텅 빈 경주예술의전당 객석에 서서 확인하게 된다.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생활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지금까지의 생활을 바꾸려는 전면적 라이프스타일의 혁명이 요구된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넛지(nudge)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문화예술의 공연, 전시, 교육의 핵심은 ‘현장성, 집단성, 마당성’이지만 이제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한다. 예술의 새로운 지평은 운명적으로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한 과학기술과 함께 열어가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새롭게 등장한 과학기술이 기존의 예술과 소통함으로써, 창작과 표현의 공간이 확장될 수 있다. 5세대통신의 상용화를 통해서, 음악, 게임, 영상 등 문화콘텐츠와 AR, VR 등 실감콘텐츠의 접목이 용이해지고, 문화콘텐츠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면 새로운 융합콘텐츠가 탄생된다.

코로나19는 위기상황에서 예술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술인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술인들은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경주문화재단은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서 생계형 지역예술인 직접 지원사업을 벌였다. 아울러서 예총과 함께 기획특집프로그램 신설을 통해서 지역예술인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지원에 그쳤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재난상황에서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국내외 축제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안산거리극축제’는 ‘문화예술긴급치유프로그램-S.O.S’라는 이름 아래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6월말 진행했다. ‘춘천마임축제’는 집단난장형태를 버리고 100개의 일상공간에서 7월 소규모로 분산 개최했다. ‘한성백제문화제’는 ‘2020 온택트 한성백제문화제’라는 이름으로 9월 23일부터 9월 27일까지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랑스의 ‘샬롱 거리예술 페스티벌’은 7월말 5일간 진행되던 방식에서 8월, 9월, 10월 세 차례 주말에 걸쳐 분산 개최한다. 새로운 축제방식은 소규모, 분산개최라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2021년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는 경주문화재단이 참고할 내용이다.

코로나19는 공공예술기관들의 경영에 대한 가치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대세일 경우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기관들은 수익성 보다는 공공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사회공헌, 문화복지 차원의 서비스로 볼 것인가가 불명확하다. 또 예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도 애매하다. 재정독립을 지향하는 경주문화재단도 다양한 가치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한 고민이 요구된다.

우리는 새로운 르네상스로 갈 것인가? 아니면 혼돈과 갈등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위드 코로나 시대의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 알천북로 1번지 경주문화재단은 이 양 극단적인 좌표 속에서 26만 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으는 중이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58호입력 : 2020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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