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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낸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0호입력 : 2019년 10월 17일
↑↑ 정주교 변호사
고도(古都)의 모습을 탐방하기 위해 수년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는 아스카무라(飛鳥村), 경주의 자매도시인 나라(奈良) 그리고 교토(京都) 지역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어엿한 중견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 무렵 막 사진에 취미를 붙인 권 변호사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뭘 그렇게 열심히 촬영하느냐고 물었더니 가게의 간판들이 하나 같이 멋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무채색의 자그마한 간판에 각기 특색 있는 글씨나 형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목소리로 치자면 속삭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히 간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그마한 간판은 가게와 건물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였고 가로(街路) 본래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모차르트의 고향 찰츠브르크의 게트라이데 거리를 걷노라면 마치 새가 노래하는 듯한 아름다운 간판에 매료된다. 출입구 처마 위에 조그마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부착되었지만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것만으로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었고, 그림과 글씨가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로서 하나의 미술품처럼 아름다웠다.

중세풍의 단조로운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에 가게의 간판들이 음(音)과 색(色)을 더하여 가로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간판은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낸다.

버스를 타고 경주터미널에 도착하면 건물 전체에 전구를 달아 번쩍이는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건물 위에는 대형 광고판을 부착하여 그곳이 여관과 모텔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멀리서도 그 불빛을 보고 부나방처럼 찾아들라는 표시인 듯하다. 환하게 밝히고 있는 실내조명만으로 누구든지 그곳이 식당이라고 알 수밖에 없지만 건물 건체를 간판으로 뒤덮고 식당이라고 고함치고 있다. 무엇이든지 크게 튀어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크고 요란하게 보이려는 것은 소비자들이게 힘으로 상품의 정보를 주입하는 것으로써 후진문화의 표상이다. 무분별한 간판은 도시의 미관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 공해를 일으킨다. 일부 분별없는 간판이 천년 고도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간판은 광고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제도인 동시에 기업 마케팅 활동의 필수요소일 뿐만 아니라 상품의 품질, 특징 등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더 크게, 더 요란한 간판을 내 걸고 손님을 유혹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판의 설치를 방임할 경우에는 도시의 가로(街路)는 상인들의 경쟁으로 인하여 공사판, 난장판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점들은 동일한 지역 내에서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규칙을 정한다면 간판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도시 미관의 파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간판은 자율적 규제보다는 타율적인 규제에 더 적합하다.

간판은 법적으로 옥외 광고물로 분류되어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 법은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公衆)에 대한 위해(危害)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옥외광고물에 대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책무를 기본적으로 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은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로 하여금 옥외광고물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주시는 천년고도의 품격에 맞는 간판 문화를 조성할 일차적 책무를 부담하고 있다.

경주시는 「옥외광고물관리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례는 전국 249개의 시군구 조례와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하여 천년고도로서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주를 여느 도시와 다른 품격 높은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경주시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0호입력 : 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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