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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현장 관광자원화 ‘거북이걸음’
월성 등 발굴 및 현장공개 주말엔 ‘개점휴업’
이상욱 기자 /  1290호입력 : 2017년 04월 27일
|  | | | ↑↑ 월성 발굴현장에는 주말 발굴 및 현장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주말 월성 발굴현장에 덮어놓은 파란 천막만을 보며 방문객들이 지나치고 있다. | | ⓒ (주)경주신문사 | |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의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월성 및 쪽샘 발굴현장 공개가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제자리걸음만 해오던 발굴현장 활용방안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띄고 있다는 평가지만 현장공개 시기와 프로그램 등은 문제가 있다는 것.
연구소는 지난 7일부터 매주 금요일 월성 발굴조사 현장 내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눈·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개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월성 설명 안내판 추가, 포토존 설치, 천년궁성의 이야기와 관람 동선과 지도가 담긴 안내자료(리플릿)를 제공하는 등 관람환경도 개선했다.
그러나 현장 개방시기가 주말보다 상대적으로 방문객 수가 낮은 금요일이어서 지역주민들이 바람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주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대부분 주말에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발굴현장 개방 시기를 토·일요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지적의 핵심이다. 특히 주말엔 발굴을 하지 않고, 파란색 대형 천막을 덮어놓아 월성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이곳이 발굴현장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말 현장공개와 함께 월성과 쪽샘 발굴 작업도 함께 이뤄져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적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동시에 관광경기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 2014년 12월 12일 고유제를 시작으로 월성 발굴조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했지만, 최근에서야 발굴현장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부착하는 등 그동안 문화재청이 발굴현장 활용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미미했던 월성 발굴현장에 대한 공개 등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주말에 발굴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개방해야 한다”면서 “연구소의 편의에 따라 금요일 개방을 시행하는 것은 지진 이후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주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장공개 프로그램 또한 신청 방문객들이 발굴현장 내부로 들어가 유적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단순한 내용이어서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발굴현장의 특성상 유적의 안전을 배제하고 아무런 지식 없는 일반인들을 현장에 투입 하는 등의 프로그램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교육과정과 참여프로그램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향토 사학자는 “발굴현장에 일반인들이 직접 발굴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견학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고학 발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역사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적 발굴 후 발굴유적을 체계적으로 복원·정비해 새로운 해석시설을 도입하거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유적을 역사교육의 생생한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쪽샘유적발굴관은 우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유구의 안전과 보안이 확보된 상태여서 문제가 없지만 월성은 유물이 노출돼 있어 주말 개방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면서 “원칙상 발굴현장에는 연구소 직원이 1명 이상 배치해야 하는데 적은 인원으로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적의 안전 등을 확보하면서 월성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발굴현장을 해설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늦지 않은 시간 내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 | |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09년 시행한 쪽샘 C10호 고분에 대한 유물 노출 작업 현장. | | ⓒ (주)경주신문사 | |
-발굴현장 활용 외국사례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4년 쪽샘유적발굴관을 개관해 44호 고분 발굴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하루 3~40명에 그치자 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내부 전시시설과 내용을 새롭게 꾸미고, 체험 프로그램을 더해 재개관했다. 그동안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다가 재개관 이후부터 개방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쪽샘 신라고분유적 발굴현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쪽샘 유적 발굴 목적과 방법, 그간의 주요 성과, 유적의 성격 등을 안내하고 주요 유물을 직접 보고 만지는 체험 행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적어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쪽샘유적발굴관은 고분 발굴현장 공개를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성된 시설임에도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2012년 10월 경남발전연구원의 ‘역사문화자원의 활용 제고방안’이라는 주제 발표 중 발굴현장 활용과 관련한 해외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표에는 먼저 일본 오사카성 천수각(박물관)의 사례를 들었다. 천수각은 1997년 일본 국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전국시대 소실된 천수각은 1928년부터 복원이 추진됐으며 복원 후 박물관으로서 오사카의 역사를 배우는 거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천수각은 전시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연 4회 역사이벤트를 통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봄에는 전람회와 병행해 오사카 시내의 남아있는 사적을 찾고 천수각에서 선물을 교환하는 ‘워크밸리 이벤트’를 열고 있다.
7월 하순에 열리는 오사카 성내의 스탬프 랠리 및 전국시대를 테마로 한 뮤지컬과 낭독회 등을 포함한 ‘섬머페스티벌’은 매년 80만명의 방문객이 참가하고 있다. 가을에는 역사위크와 역사심포지엄을, 겨울에는 오사카성 방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생화전’을 개최하는 등 유적과 관련한 다양한 활용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 일본 요시노가리·이타쯔게 유적 역시 복원과 역사교육 및 관광자원화의 모범사례로 손꼽았다. 요시노가리 유적은 일본 야요이시대(BC300~AD300) 최대 환호취락 유적이며, 이타쯔게 유적은 야요이시대 최초 농경유적이다. 1981년 발굴이 시작돼 야요이 시대 거점 취락 전체 모습이 드러나면서 1990년 5월 사적 지정에 이어 다음해 5월 특별사적으로 다시 지정됐다.
이곳은 복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병행하면서 이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 뿐만아니라 요시노가리 유적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야요이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를 테마로 선사인의 불 피우기, 사냥하기 등을 통해 선사시대 생활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이타쯔게 유적은 발굴유물 전시관, 야요이시대 논과 환호, 수혈 주거지 등을 체계적으로 복원해, 이를 활용한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는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랑스 르와르강 주변을 활용한 관광연계 상품과 중국 자금성에서 열리는 문화강좌 및 교육프로그램 등을 대표적인 문화유산 활용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유적 발굴현장에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면서 하나의 역사교육자원으로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고고학적 이론과 방법론에 의해 이뤄지는 발굴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적절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체험을 통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굴현장 관광자원화 위해 다양한 기관과 전문가 참여해야
발굴현장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는 경주시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국립경주박물관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국내 유적 발굴현장은 대부분 일반인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비공개로 조사가 진행돼왔다. 근래 들어 쪽샘을 시작으로 월성 발굴현장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노력들이 현실화되면서 경주가 이와 관련해 선도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각 기관별로 문화유적 등의 활용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전혀 연계되지 않고 있어 역사자원을 활용한 관광자원화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월성 및 쪽샘 발굴유적들을 활용해 유물과 현장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등이 없다는 것.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물관과 문화재연구소, 경주시 등이 함께 역사유적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며 “월성 등의 발굴현장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홍보해 나가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화재 발굴현장과 발굴유적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와 논의를 통해 활용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안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상욱 기자 / 1290호 입력 : 2017년 0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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