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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7호입력 : 2019년 12월 05일
↑↑ 장성애 교육학박사
국제창의융합교육원장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놀이중심수업이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교육현장에는 2020년부터 놀이중심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때문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이 그에 관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놀이중심수업은 유아들이 스스로 놀이를 주도하고 누리과정의 5개 영역을 통합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하며 또래 간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킴으로써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데 교육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 함양’을 위해 ‘유아들이 놀이를 주도하고’라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처음 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 때문에 놀거리로 받아들이고 배우기 시작합니다. 딱히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만져보고 경험 하려하며 때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놀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가진 능력과 주변의 모든 환경을 놀이를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이 귀한 자원을 마음껏 활용한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른들로부터 주어지는 강요되는 놀이도구가 없었고 관여를 하거나 참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적이고도 책임감을 가지며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자란 세대입니다.

땅, 풀, 나무, 물, 구름, 하늘, 계절도 그리고 인간관계도 놀이를 통해 터득하고 배워나갔습니다. 자연에 익숙해지고 자연을 이용한 놀이라면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를 배워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계절을 알고 계절에 알맞은 놀이감을 친구들과 만들어 내는 그 익숙한 손놀림과 생각놀림을 한번 돌이켜본다면 새삼스레 ‘유아주도’라는 말이 유난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그렇게 했듯이 아이들이 논다는 것은 일상의 일이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주도해서 호들갑 떨듯이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제적인 구조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놀이중심수업이라는 교육부의 방침이 정해지면서 놀이도구를 교구로 만들고 판매를 하거나 그것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습니다. 놀이와 교구가 합쳐지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놀이의 주도성을 돌려주는 일인지 재고해보아야 합니다.

필자가 유아교육원의 의뢰로 교사수업컨설팅을 나가서 핀란드의 놀이중심수업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내용인지 질문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상이 놀이라는 답을 해 주었습니다. 핀란드의 놀이중심수업은 놀이중심수업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을 놀이로 경험하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즉 교사주도의 특별한 놀이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밖이든 안이든 자연스럽게 노는 것을 놀이수업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어릴 때 골목이나 마당에서 놀던 놀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마당에서 금을 그어가며 놀던 수많은 놀이들, 자연과 몸을 사용해서 자발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면서 놀던 그 놀이들 말입니다. 그 놀이 안에는 자율성이 발휘되고 그에 따른 책임이 있고,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무척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놀이중심수업이라고 교사가 특별하게 놀이를 고안하거나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교사가 놀이수업을 위해 기획하고 많은 준비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 그리고 집중력은 기대만큼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잘 준비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놀이의 모든 기회를 돌려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겠지만요. 그동안 체험학습 등 좋은 놀거리조차 잘 만들어진 교구와 준비된 학습프로그램으로 모든 아이들이 같은 작업을 수행해 내도록 강요당하고 있었습니다. 무늬만 놀이고 실제로는 어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놀이는 우리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 방식입니다. 혼자 계획하고 실패하고 거듭하는 속에서 다시 시도해보면 마음의 근육과 행동의 근육이 생깁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를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자율과 책임과 집중력과 몰입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라고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자기놀이들을 발견하는 기회를 돌려 주어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행복한 재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이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입니다만, 다시 놀이중심수업이라는 지시에 쫓겨 유아들의 행복보다는 미래역량강화라는 미명아래 상업주의와 결과중심의 교육현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17호입력 : 2019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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