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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범 변호사, 법지식 남용 벗어던진 윤리법무팀장

본지 칼럼리스트로 활동, 일상생활 소재로 사회적 이슈 전개, 뛰어난 필력
박근영 기자 / 1450호입력 : 2020년 07월 31일
↑↑ 한국관광공사 김주범 윤리법무팀장.

본지 서울지사가 출향인사 중심으로 편성한 칼럼 ‘첨성대’는 여섯 분의 필진이 돌아가면서 일 년 동안 경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비롯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윤리법무팀장으로 근무하는 김주범 변호사 역시 자신의 주관을 모두 여덟 번에 걸쳐 담담히 지상(紙上)에 드러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칼럼리스트다.

그런데 김주범 변호사의 글이 딱딱한 법률 다루는 변호사의 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빼어났다. 특히 그는 사회적인 현상들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에 결부시켜 객관화 하고 이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친근하고 쉽게 읽히는 글을 주로 썼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세상을 경주최부자댁 교훈과 비교하면서 정작 글의 내용은 마트에 장보러 간 이야기로 꾸민다거나 토로나로 바뀌는 사회상을 아이들의 학교 수업 변화나 어머니의 경로당 나들이의 어려움 등으로 실감나게 그리는 식이다. 경주시가 일본의 자매도시에 방역용품을 보낸 것으로 시끄러울 때도 두 아이의 다른 인성을 북돋우는 할머니의 지혜를 예로 들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로 자연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다보니 김주범 변호사의 칼럼에는 지식을 과장하거나 남의 생각을 억지로 인용하는 식의 거들먹거림이 전혀 없어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제가 수능 논술 1회생입니다. 고교 역사상 글쓰기를 중점적으로 배운 첫 세대의 혜택을 본 셈입니다. 조금 더 글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계기는 대학교 때 교지 편집실에서 활동한 경험정도고요”

어찌 이 간략한 인연이 글 잘 쓰는 요령의 전부였을까만 본인은 한사코 글 한 편 쓸 때마다 고심이 컸노라 겸손해 한다.

김주범 변호사는 관광공사에서 윤리·법무팀장을 맡아 대외적으로는 관광공사에 대한 법적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고 대내적으로는 인권이나 윤리에 관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각종 소송이나 법률자문, 자회사와 출자회사의 소송업무도 함께 돌보며 관광공사 종사자들의 크고 작은 트러블에서 어떻게 사규를 적용할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원래 관광공사에는 법무팀만 있었는데 김주범 변호사가 합류하는 시점에 윤리 파트가 강화되어 자신이 관광공사 최초의 윤리법무팀장이 되었다는 소개다.

“제가 한국관광공사에 근무한다고 하니까 관광전문가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관광분야는 분명한 전문가들이 따로 있고 저는 오로지 법적인 문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주범 변호사는 경주고를 나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 생활에서 정치외교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심하던 중 대학졸업 후 동아일보 일반 업무직으로 근무하며 지국관리, 판촉요원 관리 등의 업무를 2년 3개월 간 맡아 처리했다.

“그런 일을 하던 중 우연히 판촉요원 하던 여자분 남편이 휴게실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나 산재신청을 해주면서 제가 법학에 재능이 있다는 뒤늦은 발견을 했습니다”

이런 계기로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의지부족’으로 첫 학기에 ‘전과목 F학점’을 받았다. 직장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김주범 변호사는 2003년 10월 과감히 동아일보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법시험 공부에 착수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인 2004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고 이듬해에 2차 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늦깎이 고시준비생으로는 신화 같은 이야기다.

-직장생활하다 늦깎이 사법시험, 한 번 만에 붙어. 공적 법무 변호사 생활이 보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것이, 제가 사법시험 처음 준비하던 해 영어시험이 폐지되고 토익성적으로 대치됐는데 저는 우선 토익시험 성적을 먼저 확보한 다음 그 후로는 오로지 법률 공부에만 주력할 수 있었지요. 영어와 법률 두 가지를 병행하던 응시자들보다 훨씬 유리하게 공부한 셈입니다”

딱 한 번 만 도전해 보고 합격되지 않으면 직장생활로 돌아서겠다고 작심했던 김변호사는 실제로 2차 시험을 끝낸 후 미련 없이 취업준비로 돌아갔지만 공교롭게도 이때 응시한 몇 군데 기업입사시험에서 전부 떨어졌고 마침 그 즈음 사법시험 2차 합격소식을 거머쥘 수 있었다.

늘 경제적 어려움에 쪼들리던 김주범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3년 동안 로펌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일반적인 변호사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회상한다.

“누구에게건 변호 받을 권리는 있지만 그런 차원에서 벗어나 법지식이 오·남용 되는 현장에서 과연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송사를 진행하면서 그 사이 분쟁 중인 물건을 판매한다거나 분명히 정당하지 않지만 의뢰인이 ‘합법적으로’ 그 부정당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로펌을 나온 김변호사는 한국교육방송(EBS) 법무팀으로 옮겨 공적인 법무 업무를 하게 되었고 비로소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술회한다. 교육방송국은 수신료에 일부 의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영활동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판매하거나 교재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창의적으로 활발했다고. 그러다 좀 더 안정적이고 직위도 보장되는 관광공사와 인연이 닿아 윤리법무팀장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가지 보람 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사가 소송에 휘말리기 전에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그 부분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주범 변호사는 특히 시대적 흐름이 과거에는 소홀하게 여겼던 사내 직장상사의 갑질이나 남녀간의 성적 문제가 첨예해졌고 대내외적으로 인권과 계약의 정당성 등이 쟁점이 되는 만큼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설명한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지키면서 일하기는 것이 뜻처럼 쉽지는 않은데 김주범 변호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사는 꽤 드문 변호사로 보인다. 어쩌면 그의 글이 생활주면이 잡다한 소재로 보석 같은 칼럼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자신의 법적인 노하우를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영역에서 마음껏 표출하는 것에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주범 변호사의 명칼럼은 본지에서는 더 이상 볼 기회가 없다.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이 사정상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럼리스트로서 경주시민에 대한 애정은 언제까지고 식지 않을 듯하다. 아직도 가족관계등록부상 등록기준지는 자신의 고향인 경주시 성건동을 고집하고 있는 알짜 경주사람 김주범 변호사가 칼럼을 마치며 경주시민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의미가 더 깊어 보인다. 김 변호사에게 경주시민들은 타도시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으로 비친 모양이다. 그의 간곡한 권유를 들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고향 경주가 좀 더 포용력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 그 지역 사투리가 심할수록 그 지역의 배타성이나 폐쇄성 또한 심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만, 경주는 옛적부터 경주최부자가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는 가르침을 주지 않았습니까? 타지에서 온 사람이든 관광객이든 따뜻한 마음으로 잘 품어 주는 경주였으면 합니다”
박근영 기자 / 1450호입력 : 2020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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