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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음의 목소리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40호입력 : 2020년 05월 22일
↑↑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아들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빠, 이거 마셔도 돼?” 하면서 탄산음료를 가리키는데 왠지 맥주나 소주를 주문해야 할 것 같은 아저씨 목소리다. 키가 아빠 턱만큼 컸고 손도 제법 어른 손처럼 두꺼워졌으니 이제 목소리 차롄가 보다. 늘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 아들의 성장 속도를 잘 감지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한 번씩 놀란다. 언제 이렇게 컸나 대견하다.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이치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안 컸으면 하는 마음이 없진 않다.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이렇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간 공기는 다시 빠져나오면서 후두를 거친다. 그런 공기가 성대(聲帶)를 통과할 때 성대 근육이 서로 부딪쳐 떨리면서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도 되긴 하겠지만 목소리는 보통 내쉬면서 만들어진다.

성대 근육의 진동 횟수는 음높이를 결정한다. 진동수가 많을수록 돌고래 같은 고음이 나오고 적을수록 저음이 나온다. 성대의 상태도 영향을 주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성대가 더 두껍고 길다. 그 결과 남성의 목소리는 더 낮고 두꺼워진다. 와이프의 용어를 빌자면 더 느끼해지는 것이다.

보통 여성들은 고음보다는 저음의 목소리를 내는 남성을 선호한다. 남성도 저음보다는 옥구슬 구르는 고음의 여성을 선호하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잔소리를 들을 때는 아내의 고음이 썩 좋지는 않다.

사람 간의 대화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생김새와 더불어 목소리는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한다. 얼굴은 별로인데 의외로 목소리가 좋으면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목소리가 좋은데 얼굴마저 조인성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보게 된다.

자료에 따르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는 목소리(38%), 표정(35%), 태도(20%), 내용(7%) 순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비중으로 따져보면 말의 내용보다 목소리가 5배 이상 중요한 셈이다. 전달 내용이 미소나 손짓, 목소리보다 뒤선다는 게 재미난다. 말의 내용보다 그걸 담는 방식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다는 뜻이겠다. 역학(易學)에서도 눈빛보다 목소리에 영혼의 힘이 더 많이 담겨있다고 했다. 관상보다 목소리란다. 목소리가 훌륭하면 인복(人福)이 쌓이고,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무려 3000년 전의 미라(mirra) 목소리를 복원했다는 해외 토픽이 있다. 과학이 발달하니 불가능한 일들이 점점 가능해지는 모양이다.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미라의 발성기관인 후두와 입술 사이에 있는 발성 통로 부위를 촬영해서 기원전 11세기 어느 사제(司祭) 목소리를 복원한 것이다. 목소리 형성의 주요 변수인 혀가 없어 완벽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3D 프린터로 인쇄한 발성 통로 부분과 인공 후두를 연결해서 미라의 목소리를 구현해 낸 것이다. 이러다 3천 년 전 이집트 의식요(儀式謠)도 복원해 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후두에서 목소리를 복원해 낸다는 건 과학이지만 예술의 영역이기도 하다. 체(体)와 용(用)은 서로 뗄 수 없는 한 몸이긴 하나 한 줌의 기관에서 그 작용[목소리]을 끄집어낸다는 건 충분히 예술적이며 과학적이다. 언젠가 사제의 굵고 저음의 목소리를 완성도 있게 복원해 낸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음성학적으로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은 진실함이 부족하고 설득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집트 사제 목소리도 분명 저음의 울림이 큰 목소리일 테다.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가 높다는 평가로 볼 때 변성기는 그 당위성이 크다.

목소리가 쫙 깔릴수록 그 말은 신용할 만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조작하여 이에 따른 선호도를 실험했더니 유권자들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대통령이 용기 있고 믿을 만한 리더로 인식하더란다.

콜라를 홀짝이는 아들에게 최대한 목소리를 깔아서 말해 본다. “아들아, 이빨 상하니 조금만 마셔” 느끼하게 들렸는지 아들은 미간을 찌푸린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40호입력 : 2020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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