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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화백과 이정락 변호사의 22년 동행-‘천국의 신화’ 무료 변론으로 시작된 신뢰와 존경의 하모니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로 부각된 두 거인의 돈독한 인연
박근영 기자 / 1398호입력 : 2019년 07월 11일
↑↑ 이정락 변호사와 이현세 화백의 다정한 모습,

지난 주 이현세 화백(만화가/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사 바로잡기 작업’의 일환으로 총장 취임 직후 바로 이화백을 찾아 사과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주출향인 사이에 많은 미담이 오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박종철 열사 유족,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 모임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우리나라 과거사에서 잘못 행해진 법집행에 대해 사과해 왔다.

그런 문무일 총장이 퇴임을 앞 둔 시점에서 가장 처음 잘못을 밝힌 대상이 이현세 화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만화계와 문화계도 신선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행에 역시 경주출신 법조인으로 출향인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이정락 변호사(경주고도보존회 회장)가 깊이 관여한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1997년 7월, 검찰이 근친상간과 수간 등으로 무질서를 표현한 이현세 화백의 작품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혼돈의 시대에 대해 음란물 제조 및 유포 등의 혐의로 영장을 발부한 것은 공교롭게 그가 여행 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있던 시점. 검찰의 수사 소식을 전해들은 이현세 화백은 동행한 친구 이지태(한보ENC대표이사/양천문화원장) 씨의 추천으로 이정락 변호사에게 사건의 진위파악과 법적인 보호를 요청했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당당히 맞서라”

당시 이정락 변호사가 이현세 화백의 정황을 듣고 해준 첫마디였다. 입국과 동시에 이정락 변호사를 만난 이현세 화백은 이때부터 무려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정락 변호사와 함께 법정 투쟁을 이어갔고 1심과 2심의 패소에도 불구, 대법원까지 상고하며 트집을 일삼은 검찰에 맞서 당당히 승소했다.
이정락 변호사의 사무실 서재에는 지금도 이현세 화백의 역작 ‘천국의 신화’가 빼곡이 꽂혀 있다.

“만화의 배경이 문명이전 태초의 혼돈 사회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장면들이었어요. 더구나 만화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눠 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인용에 실린 작화를 문제 삼은 것은 부당했지요”

“이정락 회장님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 저를 지켜주신 은인이십니다.”

이정락 변호사는 이현세 화백의 사건을 맡은 이후 마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원회장을 맡아 바쁜 와중에도 이 사건만큼은 어떤 사건보다 꼼꼼히 챙겼다며 술회한다. 고향 후배라는 각별함도 있었지만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지에 따라 만화계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에 미칠 ‘표현의 자유’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이정락 변호사의 회고처럼 당시 만화계는 ‘천국의 신화’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미 우리나라 만화계의 살아있는 신화였던 이현세 화백이었던 만큼 이 사건이 패소할 경우 만화계가 안을 충격파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이 사건으로 이현세 화백은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고 만화계 인사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검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급기야 이 사건은 만화계를 벗어나 문화계 전반에서 창작의 자유를 옹호하려는 운동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 경주고도보존회 캄보디아 답사를 함께 한 이정락 회장과 이현세 화백.

안타깝게도 승소 후에도 이현세 화백은 한동안 법정시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체 검열’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6년의 법정 공방이 자유로워야 할 작가의 영혼을 할퀴고 간 영향이 이처럼 막대했던 것이다. 한편 지난 2월 경주고도보존회 신년회에 참석한 이현세 화백은 마침 당시의 감회를 직접 술회하기도 했다.

“이정락 회장님은 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 저를 끝까지 격려하며 무료로 변론해 주신 은인이십니다. 때문에 저는 이 회장님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건 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현세 화백은 이정락 변호사가 만들고 이끌어온 경주고도보존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회에서 개최하는 해외답사에도 참석하는 등 남다른 존경심을 표해왔다. 이런 이 화백 못지않게 그를 아끼는 이정락 변호사의 신뢰도 남다르다.

“당시만 해도 이현세라는 후배가 만화계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그 사건 직후였지요. 지금까지 봐온 이현세 화백은 작가로서는 물론이지만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경주의 자랑이지요”

이현세 화백은 지난 5월 신작 ‘그리스 로마 신화’ 10권을 발간, 다시 한 번 우리나라 만화계의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현재는 신예 만화가 지망생들의 훈련과정 중 하나인 ‘지옥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양평에서 활동 중이다.

이정락 변호사는 그 후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을 10년 동안 지내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힘써왔고 지금도 또 다른 누군가의 당당한 삶을 위해 변호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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