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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질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05호입력 : 2019년 09월 06일

키질


손창기



어머니가 하는 말은
키질로 피어나서 먼지가 일렁이는
헛간의 어두움 속에 있다
도무지 흐릿하여 걸어놓은 망태기처럼
걸러낼 수가 없다

바쁜데 왜 내려 왔느냐!
자식 키우느라 돈 없는데 에미 줄 돈 어디 있냐!
비싼 괴기는 뭣하러 사왔느냐!

그런데,
쇠절구에 깨를 빻으면서 엉덩이를
들썩인다, 프라이팬에선 햇살이 볶인다
달궈진 마당은
쏟아 붓는 소나기를 마구 튕긴다

곡식을 까부르는 팔과 다리는 리듬을 탄다
몸 전체가 내는 언어의 표정이랄까
날려가는 검불은 어머니 말씀,
키 속의 알곡은 숨은 뜻
그 사이 팽팽히 줄을 당겨놓을 줄 아는



-키질에 드러난 어머니 말씀의 겉과 속
↑↑ 손진은 시인
키는 버들이나 대를 납작하게 쪼개어 앞은 넓고 평평하게, 뒤는 좁고 우긋하게 엮어 만든다. 간밤에 오줌을 싼 어린이들이 키를 덮어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려 가면 아주머닌 부지깽이로 키를 세게 내리쳤다. 그게 얼마나 무서웠던지 어린이들은 다시는 키를 덮어쓰지 않으려 오줌을 싸지 않았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그러나 키의 원래 용도는 곡식을 까불러 쭉정이를 골라내는 데 있다. 이 시인은 키질하면서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말투를 시로 만들어낸다. 헛간의 어둠 속은 어머니 존재의 핵심이 담겨 있는 외진 곳. 키질은 어머니의 삶이 녹아 있고, 의식과 무의식이 혼융되어 삶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화자인 아들은 키질을 하면 날아오르는 먼지에 가려 알곡과 쭉정이를 알아보기 어렵듯 어머니 말은 도무지 걸러낼 수 없는 것이다.

“바쁜데 왜 내려 왔느냐!/자식 키우느라 돈 없는데 에미 줄 돈 어디 있냐!/비싼 괴기는 뭣하러 사왔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의 의중이 그렇다. 그러나 어머니의 그 퉁명스런 말투와 몸짓은 딴판이다. “쇠절구에 깨를 빻는 엉덩이를 들썩”이고“ 멸치인지, 양파와 감자인지, 아니면 돼지 삼겹살인지를 볶는 “프라이팬에서는 햇살이 볶인다”. 순간 “달궈진 마당”에는 “소나기가 마구 튕긴다.” 햇살과 소나귀는 당연히 어머니의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나타내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여기서 갑자기 바뀌는 일기는 어머니의 말투와 교묘히 연결된다. “날려가는 검불이 어머니 말씀”, “키 속의 알곡은 숨은 뜻”인데, 어머니는 그 사이의 줄을 팽팽히 당겼다 놓을 줄 아시는 것이다.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1405호입력 : 2019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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